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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Hee

ESQUISSE

Yoon-Hee

윤희의 작품은 끝과 시작을 가늠할 수 없는 순수한 시간과 공간과 포옹할 때, 시나브로 함의가 드러난다. 표상하는 바가 없는 순수한 물성으로 이루어진 조각은 놓여진 장소에 현존하며 조응한다. 시간이 형태가 된 공간, 영원의 시간이 드리워진 공간에 마치 존재했던 것처럼 있는 조각은 의미를 생산하는 메타포가 아니라 작품 그 자체이게 한다. 시간이 퇴적된 장소에 잔존하고 있는 형태의 덩어리처럼 인간적인 면모를 오롯이 가진 세계의 단편처럼 우리의 시야에 있다.

조각은 추상적 공간과 시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드러나는 본질이며, 시간과 공간의 범위 안에서의 발아되는 함축적 존재인 것이다. 공간 안에서 화음을 이루는 구성요소가 되어 거침과 대조되는 평온, 인위와 대조되는 무위, 표면과 대조되는 심연, 물질과 대조되는 정신, 정지와 대조되는 움직임, 침묵과 대조되는 외침, 느슨함과 대조되는 긴장으로 실재한다. 황량한 대지가 갖는 황량한 대기,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극명한 빛의 변화 안에서 조각은 다른 뉘앙스를 갖게되는 시적 형태가 된다. 순수한 시간과 공간 안에 은닉되어 있는 비정형의 조각을 만났을 때에만 그것은 하나의 의미로 표현되어지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된다.

윤희의 드로잉은 조각이 실존하는 현실의 표현이기에, 드로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윤희의 조각을 관조해야 하며, 조각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조각이 놓여진 장소성을 분리할 수 없다. 윤희의 드로잉은 부유하는 조각이며, 대기에 그려진 에스키스이며, 공간으로 발아하는 드로잉이다. 움직일 수 없을 것처럼 무거운 조각의 중심 내부에 응축된 힘이 발산하는 드로잉 안에서 우리는 형태의 순간을 붙잡는다.

안정숙 엽서메인.jpg

Yoon-Hee, 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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